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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누가 키스를 달콤하다고 했는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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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키스를 달콤하다고 했는가?

 

 

정말? 걔는 생긴 거랑 다르게 왜 그렇게 쑥맥이라니?"

 

역시... 모두들 이런 반응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웃긴다 얘~ 걔 혹시... 무슨 문제있는 거 아니니?"

 

 

며칠 전 호원이가 비디오방에 가자고 했을때, 나는 무척 많이 놀랐다..

만난지 1년이 다되가도록 키스는 커녕 손도 못잡는 쑥맥...

숙녀 체면에 눈감고 입술을 들이밀 수도 없는 일이고...

사실 녀석이 키스를 시도한다고 해도 허락할지 안 할지 나도 모를 일이거늘...

허락이고 나발이고 사내 자식이라면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할 것아냐?

 

답답한 마음에 녀석 얼굴을 쳐다보자..

녀석은 병신같이 헤~ 웃는다..

어휴~ 병신! 길 다닐때 어깨나 허리에 팔을 두르기는 커녕 손도 못잡고,

두리번두리번 걷는 병신! 사내 자식이 저래서 뭣에다 쓴담!

오늘도 하루종일 짜증을 내볼까? 그럼 저 멍청이는 또 날 달래려고 어쩔줄 몰라서 쩔쩔 매겠지..

그런데, 녀석이 불쑥 "미연아! 우리 비디오방에 갈래?"라고 묻질 않는가!

 

비디오방에서 비디오만 보고 나오는 연인은 없다는 요즘...

그래. 너도 어디서 뭘 주워듣긴 한 모양이구나. 못이기는 척 따라가 주마.

 

그렇게 찾아간 비디오방.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영화를 골랐다.

'짱구는 못말려~!'란 만화영화를 보겠다고 우기는 녀석의 팔뚝을 멍이 들 정도로 꼬집어주고

'프렌치 키스'를 빌렸다. 녀석.. 아무리 곰탱이라도 이정도면 눈치채겠지...

본 거라며 투덜대는 녀석을 흘겨주고, 종업원이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섰다.

 

프렌치 키스의 감미로운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방안엔 우리 둘뿐..

녀석을 힐끔 쳐다 보았다. 녀석은 자켓을 벗어 덮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 주었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녀석은 불신과 원망의 빛을 한껏 담은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성질 같아선 삐죽 내민 입을 확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 로 하고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후훗.. 녀석도 남자라고 단둘이 있으니 가슴이 좀 두근거리는 걸?

약간 부끄러워지는 내 자신을 추스리게 해준 건 호원이의 코고는 소리였다.

똑바로 앉아서 영화를 보는 척하면서 자고 있었던 것 이다.

비디오방에서 먹으라고 공짜로 준 팝콘봉지는 이럴 때 쓰는거겠 지..

 

있는 힘껏 얼굴을 내려쳤다.

'우웁!' 녀석의 비명과 흩어진 팝콘 알갱이를 뒤로 하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 버렸다..

 

"사내자식이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어.. 왜 그렇게 병신같 니??"

"호호! 그래 니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병신같다 얘.."

"얘 미연아. 너 그럼 소개팅 한번 해볼래?"

"응? 소개팅?"

"그래. 선혁이 오빠 친구인데 되게 잘 생겼더라.

세련되고, 귀공자 스타일이야. 호호..

지지배. 병신이라고 놀리더니 호원이가 맘에 걸리니?"

"내가 그 자식 마누라냐? 맘에 걸릴 것 하나도 없어.

좋아! 언제? 난 이번주 다 널널하니까 약속 잡아봐!"

 

괜히 발끈해서 반응을 보인것이 그만 정말 소개팅 약속이 되고 말았다.

약속 날짜도 하필이면 호원이랑 야구보러 가기로 한 그 날일까...

 

할 수 없지 뭐.

천하의 쑥맥과 또 충청도 야구팀을 뙤약볕 밑에서 응원하느니.

그래 눈딱감고 소개팅이나 나가보자!!

 

"어...웬일이냐?"

 

으그..이 병신...전화받는 다정한 말 한 마디 정도 생각못하냐?

하지만 나도 좀 켕기는데가 있어 쏘아붙이지는 못하고 말을 이었다.

 

"저 말야.. 내일 야구장 가기로 한 약속.. 못 지킬것 같애.

우리 대학원 선배 언니가 결혼한대 그날.

친구들이랑 가서 도와주기로 했거든."

"어...그래? 음...할 수 없지 뭐... 잘 다녀와."

 

음..녀석 많이 서운해 하는 눈치네? 할 수 없어.

다 네 녀석이 바보같은 탓이니까..

 

"미안해. 대신 다음 번에 짱구는 못 말려 보러 가자."

"집에서 빌려다 봤어. 낄낄...되게 재밌더라. 저번에 그거보자니까..

너도 혹시 짱구아니냐 전미연? 낄낄..너랑 하는 짓이 비슷하 더라."

 

이 자식이 미쳤나? 다정하고 감미로운 말은 다 이민이라도 간 거냐?

 

"이게 정말!! 담번에 만날 때는 옷 두껍게 입고와! 멍들기 싫으면!"

"쩝.. 승질하고는.. 알았어. 잠이나 자라. 자면서 침 흘릴거지?"

"이도 갈꺼야!!! 전화 끊어!!!"

 

멋대가리 없는 녀석! 영화도 안보고 소설도 안 읽나?

한숨을 쉬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녀석이 서운해 하던게 맘에 걸리긴 했지만.. 소개팅..웬지 설레어 오는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형민입니다."

 

우와~ 한석규 아냐?? 저 하얀 얼굴..

이지적인 입매. 귀공자풍이란 말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미연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대로 정말 미인이세요."

 

호원이 녀석이 이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넌 애가 무슨 새같이 생겼냐? 길가다 과자 떨어진 거 있으면 막 쪼아먹지?

잠도 나뭇가지 같은데 앉아서 자고... 낄낄....'

 

내가 이목구비가 좀 작다고 매일 새라고 놀려대는 호원이 녀석이 떠올랐다.

저런 사람도 이쁘다고 하는데, 녀석...

 

" 자..미연씨..주문하세요.. "

 

매너 좋다! 하긴 매너가 아니라 당연한 건데도..

 

'어..뭐야..안 시키면 안되요? 음...그럼 그냥 제일 싼거 주세요..

자판기에서 200원이면 빼먹는걸 왜 몇천원씩 주고 먹어야 하는 건지..

너도 그냥 그거 먹어. 그냥 커피..'

 

호원이 녀석...저번에 파르페 시켰다가 녀석한테 잔소리를 들은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려...

 

"파르페를 드시겠다구요? 나는 에스프레소로 부탁해요."

 

주문을 하는 말투에도 정말 위엄이 서려있네...

정말 부잣집 도련님 같아..

그리고 저 세련된 옷차림, 호원이의 면티와 낡은 청바지가 떠올랐다..

전철역에서 16500원 주고 사입었다던가? 그리고 500원 깎았다고 되게 좋아 했었지. 녀석..

 

"저.. 저녁 식사하러 가시죠. 가서 가볍게 술한잔도 하고..."

 

저녁식사도 좋고 술도 좋지! 얼마나 멋진 일이냔 말이야...

두 청춘 남녀가 가볍게 기울이는 술 한잔..

병신같은 호원이 녀석은 술이라면 입에도 대지 못하고,

소주 한잔만 먹어도 온통 벌개져 가지고는 무척이나 괴로워하지..

덕분에 '드링킹 머신'이라 불리우는 이 내가 매일 밀크 쉐이크를

먹어야 했던 아픔이 있지 않았던가?

 

"얼마죠?"

 

계산서를 들고 당연하다는 듯 지갑을 꺼내드는 그 사람..

 

'자..여기 1400원.. 이따가 전철비 줘'

 

세상에 데이트하러 나온다는 녀석이 1400원을 들고 나왔었다..

호원이 녀석같은 짠돌이는 이 세상에 없을거다.

빳빳한 만원짜리 신권이 가득한 장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는 그의 모습과,

16500원짜리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1000원짜리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는 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호원이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호원이가 오히려 괴씸하게까지 느껴진다.

나를 얼마나 푸대접한거야?

녀석..혼자 집에 있겠지.. 알게 뭐람!

 

"자.. 타세요."

 

우와~ 이 차가 이 사람 차였어??

이게 영화배우 누구누구가 탄다던 그차 아냐?

자알 빠졌다 진짜~ 이런 차는 도대체 얼마쯤 할까?

 

"제가 잘 아는 일식집이 있으니까 거기가서 저녁식사 하구요..

술도 한잔 하기로 하지요."

 

사람들이 다 힐끔대며 지나가는구나..

당당하게 타야겠는 걸..

하긴 저번에 호원이 녀석과 버스가 빠르다,

전철이 편하다 하면서 싸울 때도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기는 했었지..

 

"다 왔어요 미연씨. 여깁니다."

 

우와~ 여기가 어디야? 으리으리하구나.

종업원들이 인사하는 것 좀 봐. 정말 단골인가 봐..

옷 좀 잘 입고 올걸..

 

'이야!! 전미연!! 정말 이쁘구나!!

우와~ 흐뭇! 뭐? 얼마?? 십육만원?? 너 미친거 아니냐??

무슨 학생이 십육만원짜리 옷을 입어!!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호원이 녀석한테 이쁘다고 칭찬 받았지만...

너무 비싸다고 호원이 녀석의 잔소리를 폭발시킨 그 옷이지만, 거봐..

이런 데선 이런 옷도 싸구려같아 보이기만 하는 걸..

 

"이것도 좀 들어보세요. 미연씨. 이거 무척 귀한 거랍니다."

 

주눅이 들었다.. 너무 깎듯한 종업원들도 부담스럽고,

무슨 식당이 이렇게 깨끗하고 넓은거야?

생전 첨보는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이것저것 권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서 먹을 수가 있나?

 

'안녕하세요 아줌마!! 우리 또 왔어요.'

호원이 덕분에 아줌마랑 이런저런 얘기 나눌 정도의 단골이 되어 버린 '까치분식'.

호원이 녀석이랑 데이트를 하면 꼭 거기서 밥을 먹는다.

아줌마랑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죽이 척척 맞는 호원이녀석.

녀석과 먹어본 양식은 길에서 파는 핫도그 정도일꺼다..

하지만 까치분식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긴 정말 좋지..

 

"자 미연씨 한잔 받으세요."

 

이 사람 참 깡쏘주도 아니고 겨우 청하를 권하다니..

드링킹 머신 전미연.. 성질 많이 죽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얌전하게..얌전하게..

소주 두 잔만 먹어도 필름을 끊는 서호원과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그래 천천히 한번 마셔볼까?

 

"주방장이 특별 안주를 만들어서 올렸대요.

저희 아버님도 자주 찾으시고 그러거든요."

 

야~ 이런 데 단골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부자여야 하는 걸까?

얼마나 단골이면 말 안해도 안주를 그냥 해다 주나?

어..그런데 좀...취한다.. 하나..둘...셋....응..?

벌써 네 병째네....너무 먹는건가...?

 

"그러죠 미연씨. 그만 일어나죠. 미연씨 술 잘하시네요. 후훗.. "

 

야..이거 큰일 났다..

오랫만에 좋은 안주에 좋은 술 먹었더니 술이 확 올라와 버리네?

비틀거리면 개망신인데 조심조심 걸어야지..

 

"제가 부축해 드릴께요. 자..저한테 기대세요."

 

부축?

후후.. 이 사람 저번에 내가 소주먹고 기절했던 걸 알면 뭐라 그럴까?

호원이 녀석에게 삐삐를 치고 쿨쿨 잤었는데..

얼마 지나 깨어나보니 호원이 녀석 등에 업혀 있었는데..

짠돌이 녀석..택시비가 아까웠겠지.

이 사람은 향수도 좋은 걸 쓰나보다...

이 향수 이름이 뭐더라..아는 거였는데..

어..그런데 이사람 왜 자꾸 허리를 만지지?

응? 잘 부축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설마 이런 사람이.. 그래.그럴 거야..

 

"집까지 모시겠습니다. 그 때까지 술 깨세요."

 

어머! 이 사람 음주 운전하려나 보다.. 에라..모르겠다.

이렇게 비싼 차는 들이받아도 흠집 정도만 나겠지 뭘.

그래 타고 가자..

차창을 내리자 시원한 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시트에 기대었다.

흠. 이 사람이 애프터 신청을 하면 어떡하지?

너무 멋지니까 오히려 부담이 되네..

뭐야 전미연.. 이런 사람이 네게 애프터 신청을 할리가 없잖아..

넌 그 짠돌이 서호원이 있잖아...

넌 서호원같은 애의 여자 친구밖에 할수 없는거야..

 

"잠깐만요....미연씨.. 할 얘기가 있어요."

응? 우리 동네네 벌써? 근데 왜 이런 데서 차를 세운 걸까..

할 말이 있다구?

애프터 신청을 하려는 걸까? 아님 맘에 안든다는 말일지도 몰라.

 

"미연씨가 맘에 들어요. 저..오늘밤...같이 있을 수 있겠죠?"

 

너무 놀라서 암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 어깨를 팔로 감싸면서 다가왔다..

너무 당연한 순서라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려 하고 있었다..

난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집까지 정신없이 달렸다.

그의 멋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년 아냐?

촌닭같은 게 얼굴은 반반해서 하루 데리고 자주려고 했더니..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꼴을 다 당하는군.. 젠장!!"

 

집 대문이 보이는 곳까지 있는 힘껏 달렸다.

심장이 터질듯 뛰어댄다. 집대문이 보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뒤를 한번 돌아다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걸음을 터벅터벅 옮기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쭈욱 빠져 버렸네?

집앞에 사람 그림자가 있는 걸 보고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그 사람이?

 

"야~ 너. 전미연.. 지금이 몇시냐??"

 

우와~ 호원이 녀석 목소리가 저렇게 반가울 수도 있구나?

그리고, 쟤가 저렇게 커 보일줄 몰랐네.

난 눈물이 글썽해졌지만 새침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얼래리? 술까지 한잔 하셨구만...아주 장하셔!"

"그러는 너도 술 좀 먹은것 같은데? 얼굴이 벌겋네 뭘..."

"아냐. 좀 탔어.."

"야구장 혼자 간거야?"

"아니... 그냥 좀..탔어."

흠.. 녀석?

설마 딴 여자랑 데이트를 하다가 햇볕에 그을린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죽어.. 너....

 

"아참. 미연아..이거..."

 

응? 뭐야..

이건 장미꽃?

아니 얘가 미쳤나?

꽃은 먹을수도 없는 게 비싸다고 꽃집앞을 지날 때마다 얘기하던 녀석이 하나,

둘, 셋, 넷.. 우와..스무 송이 가까이 되겠는 걸?

그리고, 이건 향수아냐??

장미꽃 스무 송이와 향수??

어? 그러고보니.. 오늘이 5월19일...내일이 성년의 날이구나..

 

"축하한다. 전미연. 이젠 너도 아가씨가 된거네. 낄낄..징그럽구나."

"뭐야...성년의 날은 내일이란 말야!"

"어, 알아.. 장미꽃 스무송이랑 향수랑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도 하는 거라며?

뽀뽀가 제일 좋은데.. 낄낄... 돈이 안들잖아..

장미꽃 무지하게 비싸더라 야... 향수도 되게 비싸고.."

 

그래. 이 짠돌이가 되게 비쌌을 텐데..

부모님께 용돈 타 쓰는 건 죽는 것보다 싫어하고,

아르바이트도 며칠 전에 그만 두었고,

돈이 어디서 났을까? 어머.. 쟤 손이 왜 저래?

 

"야! 너 손 왜 그랬어? 응? 많이 다친 거야? 좀 봐봐!"

"어..그냥... 좀 다쳤어."

 

세상에 이 녀석 손바닥이 물집 투성이네?

손등은 상처 투성이고..

그러고보니 옷도 먼지 투성이에 신발도 먼지 투성이.. 음.. 이녀석?

 

"너...공사판 갔다 왔니?"

"응."

이 바보가! 난 이런 거 꼭 안 받아도 되는데,

난 이런 거 받을 자격도 없는데,

하루 종일 공사판 가서 고생해서 니 말대로 먹지도 못하는 꽃이랑 향수를 사온 거니?

너 햇볕에 타가면서 일할 때.. 난..난...

 

"성년의 날은 내일이란 말얏!! 이 병신아!!!

왜 밤부터 설쳐대고 난리야! 어휴! 땀냄새!!!

어휴!! 지저분해 정말!!!!"

 

난 다정한 말을 하면 펑펑 울게될 것 같아서 어이없게도 그만 뗑깡을 부리고 말았다.

 

"어..그게 말야.. 나 내일 논산을 가봐야 해."

"응? 논산? 왜? 누구 또 군대 가니??"

"응."

"누구?"

"나."

".....뭐??"

"나 내일 군대가."

"........."

 

가슴에서 무엇인가가 울컥!하고 올라와서 내 목을 메이게 했다.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무릎 뒤쪽에 힘이 쭈욱 빠져 버렸다...

 

"근데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했어??"

"군대 가는게 벼슬이냐? 언제 가든지 가는 거고,

또 내가 내일 군대 간다고 미리 말했으면 니가 뭐 달라졌을 거 있어?"

"간다고 말했으면 오늘 만났잖아.."

"뭐. 지금도 이렇게 만났는데 뭘..

내일 아침 9시까지 논산을 가야 하거든.

그래서 내일 보기는 힘들것 같아서..

그나저나 온몸에 알배겨서 이거 큰일 났네?

낼부터 구르려면..

근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쩝..나 갈께.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라. 쩝.. 하여튼 난 갈께. 잘 있어.."

 

저 병신!! 사내 새끼가 눈물이 글썰글썽해서 가네.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가는 거야?

기다리란 말 안해? 보고싶을 거란 말도 안해?

야! 이 천하의 멋대가리 없는 자식아!!

사랑한단 말도 안해주고 가는거야? 응? 야아..서 호 원..

 

"야! 서호원!!! 성년의 날 선물 세 개란 말야!

마지막 하나 그거 마저 주고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줄 수 없는 거란 말야!!!!!

내 성년의 날 망쳐 놓기 싫으면 그거..주고가...엉엉엉..."

 

내 목소리에 멍청히 뒤로 돌아선 호원이에게 있는 힘껏 달려가서 안겼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이 녀석 품이 이렇게 넓고 따뜻하고 아늑한 건줄 진작 알았다면..

펑펑 우는 날 꼬옥 안고 있던 호원이가 입술을 포개왔다..

땀에 쩔은 녀석의 입술..

흘러 내린 눈물이 가득 머금어진 나의 입술...

시원하고 상큼한 봄바람이 우릴 감쌌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향이 달콤했다..

 

그런데, 누가 키스를 달콤하다고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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