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과 거미의 사랑이야기
거미가 살았답니다. 그 거미에게는 친구가 없었답니다.
누가 보더라도 징그럽게 생긴 거미는 언제나 외로웠답니다.
어느 날 아침, 거미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의 눈에는 거미가 너무도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손님은 거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손님은 거미집 한가운데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투명하고 깨끗하면서도 여러 가지 색깔을 반사하는 신비의 실로 짠 옷을 걸친 물방울이었습니다.
물방울을 발견한 거미가 살금살금 다가와서 말을 붙였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난 물방울이란다."
물방울이 맑고 영롱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거미가 다시 물었습니다.
"넌 어디서 왔니?"
"난 네가 볼 순 없지만 볼 수 있고,
느낄 순 있지만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왔단다."
거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니?"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나도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어. 말로 자칫 잘못 표현하면 거짓이 되거든."
거미는 도무지 물방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너무나 외로웠던 거미는 물방울의 방문이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물방울아, 저기.... 부탁이 하나 있어."
"말해봐, 거미야! 뭔데?"
"나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겠니?"
"친구? 그래! 너의 친구가 되어 줄께.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해."
"뭔데? 네가 내 친구가 되어 준다면 무슨 약속이든 들어 줄 수 있어."
거미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뭐냐 하면 절대로 날 안거나 만져서는 안돼. 알았지?"
"좋아! 네가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니 난 너무 행복해!"
거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거미와 물방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거미는 물방울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랑스러운 물방울이 만지고 싶어졌습니다.
물방울과 한 약속이 있어 참고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만지고 싶은 욕망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거미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있잖아.... 너 한 번만 만져 보면 안 되겠니?"
물방울이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안돼, 절대로! 내가 너의 부탁을 들어주었듯이 너도 약속을 지켜 줘."
거미는 물방울이 단호하게 말하자 그냥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미는 물방울을 만져 보고 싶었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에게 다시 애원했습니다.
"나 딱 한 번만 만져 볼게, 응?"
물방울은 거미의 애처로운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한참 뒤에 물방울이 말했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니?"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거미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물방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 한 약속을 지켜 줘." "........"
거미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떨군 채 돌아섰습니다.
물방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물방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거미가 실의에 빠져 있자 하루는 물방울이 불렀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고 말고...."
"만약에 말야.... 내가 너의 곁을 떠나간다 해도 날 잊지 않을 거지?"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만약 네가 떠나간다면 난 웃는 법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난 아마 너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지낼 거야."
"거미야, 난 널 떠나가도 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난 정말로 널 사랑한단다. 그러니 너도 날 잊지 말아 줘."
"물론이지. 내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니?"
"좋아, 그럼 날 만져도 좋아!"
물방울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거미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얼굴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물방울을 힘껏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한순간에, 그녀를 느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물방울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을 만지는 건 고사하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거미는 뒤늦게 약속을 못 지킨 사실을 후회했지만 돌아와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불러봤지만
물방울은 끝내 돌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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