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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4

혼자 사랑 / 도종환 혼자 사랑 /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2013. 7. 5.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2013. 7. 1.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 2013. 6. 5.
그대 가는 길 / 도종환 그대 가는 길 / 도종환 잠시 고여 있다 가게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갔어도저무는 강 풀잎처럼 흔들라다 갔어도바람의 꺼플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어디 한 곳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기울였다 가게이 넓은 세상뿌리내리진 못했어도씨앗 하나 이 땅 위에쓸쓸히 떨어지는 소리한 번쯤 듣다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스쳐가고만 우리들아늑한 뜨락을 만들 순 없어도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아늑한 잠자리 하나 만들 순 없었어도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가게버들 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끓어오르던 온몸의 피 바람에 삭이다낮은 하늘에서도 살얼음 어느 소리 들리고 하늘 가는 먼길 중에 몸도 뜻도 둘 곳이 없어지면빗방울로 한 번쯤 더 떨어지다 가게. 201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