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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꽃의 흐느낌 / 김충규

by 존글지기 201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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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흐느낌 / 김충규  



꽃의 흐느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밤,

그 흐느낌은 화려한 향기를 며칠동안 내뿜은

뒤에 오는 격렬한 후유증인 것


꽃은 지금 제 종말을 나에게 타전하고 있는 것

내일 아침 눈뜨면 가장 먼저 죽은 꽃에게 문상을 가리라

검은 하늘이 제 욱신거리는 통증 자리에

달 파스를 발라놓고 뒤척이는 밤,


가늘게 흐느끼며 죽어가는 꽃을 위해

내가 준비한 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이미 덤으로 살고 있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다만 꽃의 흐느낌이 내 몸에 고스란히

떨림으로 다가와 잠 못 들고 있는 것일 뿐


---

꽃이 아름다운 건 매일 밤 죽고 다시 태어나기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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