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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해설> -문태준·시인
너무나 아름다운 이 시를 통째로 암송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서정적이고 여성적인 말씨와 어렵지 않은 입말로 쓴 시. 무엇보다 이 시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천상의 별과 지상의 잎새에 걸쳐 있는 넓은 공간의식도 놀랍다. 삶은 잡목림 같은 것. 해서 번뇌와 의혹과 부정의 바람은 그치지 않고 불어와 잎새와 같은 우리를 교란시키는 것. 부끄러움은 하루 걸러 오는 것. 그러나 어둠을 배경으로 별은 빛나고, 바람과 같은 시련을 만날 때 큰 사랑은 움트는 것. 다만 우리는 나의 부끄러움으로, 나의 양심으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고고함과 지순함과 강직함으로 사랑하자.
윤동주(1917~1945) 시인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어둠과 황폐를 의식의 순결함으로 초월하려고 했다. 그는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또 다른 고향')고 써 스스로를 반성했고,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고 쓰며 자신을 끊임없이 돌이켜 봤다.
종교적인 순교의 의지로도 읽히고 독립에의 의지로도 읽히는 등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갖고 있는 이 시를 쓴 것은 1941년 11월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는 1941년 자선 시집을 내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시국을 염려해서 시집 출간 연기를 권함에 따라 뜻을 미루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출감을 기다렸지만 불운하게도 해방을 불과 반년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옥사했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다. 다만 이 시가 포함된 원고뭉치가 국문학자 정병욱의 어머니에 의해 장롱 속에 몰래 보관되다가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정지용 시인은 유고시집의 서문에서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라고 써서 청년 윤동주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헤는 밤')고 노래한 영원한 청년 윤동주. 생전에 그는 자기 성찰로 뒤척이는 한 잎의 잎새였으나, 이제 보석처럼 빛나는 천상의 별이 됐다.
<출처> 2008. 3. 4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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