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11 그릇1 /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정끝별·시인 시력 44년을 맞는 오세영(65) 시인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 박사이자 교수로 시작과 평론과 시학을 병행해 왔다. 지금까지 17권의 시집으로 출간된 그의 시들은 물질과 정신, 문명과 자연, 철학적 지성과 감성적 정서가 상응하는 '잘 빚어진' 서정시를 견지하고 있다. 이를 '전통의 토대 위에 형성된 철학화된 서정시' 혹은 '모순의 시학'이라 했던가. 일찍이 노자는 말했다. 도는 빈 그릇.. 2021. 7.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