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1 대설주의보 /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골짜기에 눈보라가 .. 2021. 5.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