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91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 장석남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 문태준·시인 번짐이라니. 바뀜이 아니라 번짐이라니. 목련꽃이 피는 일을,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일을, 계절의 순환을, 너와 나 사이 사랑과 이별의 사건을, 삶과 죽음이 돌고 도는 그 둥?을, 시간과 공간의 옮김을 번짐이라고 부르다니. 먹물이 화선지에서 고요하게 번지듯이. 그리하여.. 2021. 8.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