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이 오다1 초봄이 오다 / 하종오 산수유 한 그루 캐어 집에 옮기려고 산에 가만가만 숨어들었다. 나무는 뿌리를 밑으로 밑으로 내려놓았겠지. 자그마한 산수유 찾아 삽날을 깊숙이 꽂았다. 이제 한 삽 뜨면 산에게서 내게로 올 게다. 겨울 내내 집안은 텅 비고 날 찾아오는 이 없었어. 이제 마당귀에 산수유 심어놓고 그 옆에서 꽃 피길 기다리면 이 산이라도 날 찾아오겠지. 삽자루에 힘을 주어도 떠지지 않아서 뿌리 언저리 손으로 파헤쳐 보았다. 산수유는 뿌리를 옆으로 옆으로 벌려놓고 있었다. 나는 삽날 눕혀 뿌리 밑을 돌아가며 둥그렇게 뜬 뒤 밑동 잡고 들어올렸다. 한 그루 작은 산수유 실뿌리 뚜두두둑 뚜두두둑 끊기자 산에 있던 모든 산수유들 아픈지 파다닥파다닥 노란 꽃망울들 터뜨렸다. 2015. 3.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