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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 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않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서...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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