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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는 아이 / 원태연
내가 두고가라 한 건
추억 조금이었는데
느닷없이 찾아 올 썰렁함이 싫어
다른 이름을 마음 속에 새겨놓을까 봐
추억 조금 남겨 놓으라 한 건데
말 잘 듣는 그 아이는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두고가
아직까지 멀리까지
혼자인걸 못 느끼게 하네
내가 가지고 가라한 건
사랑 조금이었는데
다음 세상으로 떠나갈 때
마지막으로라도 생각나는 얼굴이고 싶은 욕심에
사랑 조금 가져가라 한건데
말 잘 듣는 그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줄 사랑마저 남겨놓지 않아
사랑에 인색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네
내가 간직하라고 한 건
슬픈 기억 조금이었는데
언젠가 잊혀지게 될
우리 얘기가 눈에 밟혀
가슴 조금 상한다해도
우리가 책임져야 할 얘기이기에
슬픈 기억 조금 간직하라 한건데
말 잘 듣는 그 아이는
없던 일까지 만들어 간직하려 하려는지
보고만 있기에도 눈물이 필요한 표정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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