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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감사의 행복 / 이해인

by 존글지기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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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습니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하기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사계절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산책을 나갈 수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숲길에서 고요히 기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고 벗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조그만 사색의 공간이 있는 것도 행복합니다.

 

모든 것을
은총의 선물로 받아 안을 수 있는 신앙 안에서

절망보다는 희망과 용기를
더 자주 선택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열심히 가꾸지 않으면
신앙의 나무도 이내 시들어 버리기에 조금은 긴장하며 살고 있고

이 긴장이
나의 삶을 더욱 탄력 있게 만들어 줌을 믿기에 행복합니다.

 

나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가족 친지 이웃…

얼굴과 목소리와 성격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통해
삶의 다양함을 배우고

나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그들이 나에게 준 웃음, 칭찬, 격려, 그리고 눈물, 비난, 충고 모두

삶의 양식이 되고,
나의 성숙에 보탬이 되었음을 새롭게 깨달아 행복합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아프고 슬픈 일들에 눈물 흘릴 줄 알고

멀리 있는 이웃의 고통과 불행에
함께 괴로워할 수 있는 따뜻한 연민의 마음과

구체적으로 도우려는 의지와 열정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차가운 지혜,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서늘한 지성을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것,
만남의 끝에는 이별이 있다는 것을 좀 더 예민하게 알아듣고

주어진 순간 순간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별에서 오는 슬픔을 통해
삶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되었음을 감사합니다.

세속적인 욕심을 줄이고,
영적인 갈망을 늘여 가는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여 행복합니다.

좀 더 겸손한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삶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한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름 모를 비애에도 감사합니다.

때로 나를 외롭게 하는 하느님과 말이 필요할 때
오히려 침묵하는 나의 벗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은
참회와 용서임을 날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마무리하며
나의 게으름과 불충실함을 참회하고

나름대로 선하고
진실하게 살려 노력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감사합니다.

때로는 부끄러워
얼굴 못 드는 자신의 모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닐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감사하가 힘든 때일수록
더 자주 감사함으로써

감사가 기도의 시작임을
새롭게 배우고 확신할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오직 감사 안에서 새날,
새 삶으로 이어지는 순결한 기쁨이여,
빛나는 행복이여

이제 다시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려는
나의 다른 이름이 바로 ‘감사’ 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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