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상
아빠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신다.
사진 작가라는 자신의 일조차도 전혀... '기억상실...'
"동훈씨..."
"손대지마! 우리 아빠야! 당신이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진실한 가족의 끈...
기억 속에 갇혀진 꿈...
두개의 상이 겹쳤을 때, 남자는 마음의 셔터를 끊었다!
가족 구상
언제나 그랬듯이 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늦잠꾸러기인 아빠가 왠일인지 일찍 일어나서 괜히
멋적은 행동을 하며 나에게 앨범을 보여주었다.
엄마와 아들같아 보이는 두사람이 다정히 서 있는 사진이 붙어 있는..
아빤 이런 사진을 가족 사진의 첫 페이지에 붙이고 싶다고 했다.
"왜 다른 모자의 사진을 우리 앨범에 붙여?"
"그게 아니고 이게 너고 이건 너의 엄마가 될..."
아빠는 결혼을 하시려고 하는 것이었다. 난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화를 가득 담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아빠의 스튜디오에 갔을때 아빠는 그녀와 심각한 얘기를 하는 듯 했다.
"수철아! 잘 왔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까?"
"제가 괜히 걱정했어요. 난봉꾼인 아빠인데..
또 애까지 딸렸는데 어떤 여자가 사귀려고 하겠느냐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잖아요"
"수철아! 진심이다."
"그 사람은 일관계로 만나는 사람이라고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그리고 양쪽 다 불규칙한 생활을..."
"수철아! 진심이다."
난 화가 나서 바로 스튜디오를 뛰어나왔고 나를 쫓아오시던 아빠는
전선줄에 걸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시며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아빠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왔지만 여전히 기억상실...
그래도 좋았다. 아빠와 나만 있으면...
학교에서 아빠의 점심을 차려드리려고 집으로 달려왔는데
문이 열려있고 그녀가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빨리 나가요!"
"수철아, 그렇지만 아빠는 병자잖니? 네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의 시중은.."
이때 그녀의 붉어진 눈망울이 보였다.
눈병이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그녀를 집에서 내보냈다.
"아빠! 그만큼 문열어 주지 말라고..."
아빠는 수많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빠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밤에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찾아 나섰다.
그렇지만 아빠는 전혀 찾지 못 하는 것 같았고 날 보는 눈빛이
타인을 보는 눈빛이였다.
'아빠가 그런 눈으로 날 보시면... 난 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리는데...
난 아빠밖에 없는데'
잠을 자려고 했지만 눈물만 나왔다.
밤새 뒤척이다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나의 눈망울이 어제 그녀의 눈망울과 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도 아빠의 타인같은 눈에 견디지 못 하고 눈물을 흘렸었던 것이었다.
난 참지 못 하고 밖으로 뛰쳐 나갔는데 문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와아아아앙"
"수철아?"
"아빠를 생각나게 해주세요."
그 뒤로 그녀와 나는 아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아빠와 그녀의 장소인 스튜디오에서도, 아빠와 나의 장소인 집에서도...
어느날 우리 셋은 소풍을 갔고 아빠는 기억찾기에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어쩌죠? 이대로 아빠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린 부자지간이 아니게 돼요..."
"무슨 바보같은 소릴... 피가 통하는 한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야!"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아빠는 제 친아빠가 아니예요.
들으셨겠지만 전 아빠의 형 부부의 애에요. 친부모님은 어렸을때 사고로...
그래서 아빤 절 맡아서 길러주신것 뿐이에요.
아빤 역시 절 친아들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았던거예요.
아줌마도 그래서 아빠하고 결혼하시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절 딴데로..."
눈물이 두 뺨에 저절로 흘렀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몰랐었어. 치.. 친 아빠가 아니라니?"
"아빠한테서 못 들으셨어요?"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그앤 내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그애의
친 엄마가 되겠다는 여자가 나타날때까지 계속 찾아본다고 했어."
난 정말 놀라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 난 동시에 아빠를 봤다. 여전히 주무시는 모습이었다.
"아....빠.... 바보같이... 그래... 정말로.... 정말로 바보야 아빤..."
"그래서 난... 그 사람이 좋아"
아빠가 재채기를 하셨다.
"죄송해요 아줌마..
만약 아빠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제 엄마로 있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 수철아.."
난 그녀의 품에 안겨서 한 없이 울었다.
"좋았어! 아참 카메라!"
우린 놀라서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림 좋다... 이건 내가 바라던 그림이야...."
아빠는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고 그 사이로 우리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카메라, 카메라는 어디 있지....?
꿈이라면 깨어나기 전에 빨리... 이걸... 이걸...."
"아.... 아.... 아빠!"
"동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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