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아름다운이야기832 딱 십 년만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 황주리 딱 십 년만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길로 걸어가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모든 사람의 길은 십 년, 아니 이십 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 한들, 지금의 그 길로 다시 갈 수밖에 없을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장소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우리가 서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의 장소가 아닐까?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누구든 어디에 서 있든 간에 후회하지 말자. - 황주리, 中 2013. 9. 24.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 공지영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거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中 에서 2013. 9. 24.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To 테오 / From 고흐 2013. 9. 23. 오늘을 열심히 산사람 놈은 우선 만족하고...다 먹고나면... 이렇게 생각할테지...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내일부터 절제다라고... 하지만.. 그생각이 말도 안되는거야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라는 발상에서는.. 아무런 싹도 트지않아 그걸 20살이 넘어서도 아직모르나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가 아니야 오늘..오늘만 열심히 하자라야 돼.. 오늘을 열심히 산사람.. 오늘을 열심히 산 사람에게만.. 내일이 오는 법이야.. 영화『도박 묵시록 카이지』중에서 2013. 9. 23. 가장 좋은 나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는 언제일까 ?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열 두 명의 방청객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린 소녀가 대답했다. "두 달 된 아기 때요. 모두가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사랑해주고 관심도 보여주니까요." "열여덟 살입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자동차를 몰고 어디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달려가도 되니까요." 성인 남자가 대답했다. "스물 다섯 살이 제일 좋은 나이죠. 혈기 왕성한 나이니까요. 마흔 세 살인 그는 이제 야트막한 고개를 오를 때조차 숨이 가쁘다. 스물 다섯 살 때는 한밤중까지 일을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지금은 저녁 아홉 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고 덧붙였다. 어떤 이는 마흔이 인생이 정점이고 활기도 남아 있어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2013. 9. 22. 그는 아름답다 / 강은교 그는 아름답다 / 강은교 그는 아름답다.자기의 밭에 홀로 그리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 자, 아름답다.그 씨가 아무리 하잘것 없어 보일 나무의 씨앗이라 하여도 열심히 자기의 밭을 갈고 자기의 밭을 덮을 날개를 보듬는 자, 한겨울에도 부드러운 흙을 자기의 밭에 가득 앉아 있게 하는 자,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아름답다. - 강은교의 《허무수첩》 중에서 2013. 9. 22. 너와 나는 / 이해인 너와 나는 / 이해인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계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 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뜨는 숙명의 반려 한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영원을 똑딱이는 두 개의 시계바늘 2013. 9. 21. 당신을 버릴 때 / 박노해 당신을 버릴 때 / 박노해 첫사랑의 소박한 그녀를내가 겉멋 들어 버렸을 때희뿌연 가로등 아래서그녀는 잡지도 않고 말 한마디 없이굵은 눈물 흘리며 천천히 기숙사로 돌아갔다 내가 세상을 알았을 때소박하고 진실한 그녀는저만큼 앞서 해고자가 되어또다시 어느 현장에 몸을 담고어리석은 나를조용히 미소지으며 손짓하고 있었다 2년을 바둥쳐 봐도 얼어붙은 이 침묵잠들은 동료들을 병신이라 원망하고자포자기한 동료들을 흔들어 봐도움직이지 않는 죽음의 바다 앞에서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십년을 노력해도 가망없다고차라리 다른 곳에 씨를 뿌리자고사직서를 품에 넣고 출근한 아침웅성웅성 동료들은 일손을 놓고눈과 눈을 마주쳐 불꽃이 일고말고 가슴이 합쳐져 함성으로처얼썩 출렁 파도쳐천이백 근육들의 출렁임으로거대한 해일처럼 휩쓸며일어서던 .. 2013. 9. 21.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2013. 9. 20. 작은 것도 사랑입니다 / 정중화 작은 것도 사랑입니다 / 정중화 사랑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어떤 것도 사랑입니다 작은 것에서 감동을 주고 조금 더 커진 사랑의 부피에 행복해합니다 햇살이 눈부신 이른 아침 하얀 운동복 차림으로 산책로를 정겹게 걷는 부부를 바라본 적 있습니까 석양이 아름다운 등산로에서곱게 세월을 보낸 노부부의 여유로운 여정,그 어루만짐을 본 적 있습니까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작고 적어도 정성이 담긴 진정 마음으로 서로를 향하는 것 사랑은 마음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옅은 구름 지나간 무채색 하늘이슬 머금은 환한 미소를 지닌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떠올립니다작은 고백은 큰 사랑을 얻습니다사랑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것도 큰 사랑이 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지만,잠시 쉬어갈 수 있는 철길 위.. 2013. 9. 20. 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 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 늘 그립고 늘 보고픈 고향둥근 달덩이 하늘에 두둥실 떠오르는 추석이 다가오면발길이 가기도 전에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습니다 어린 날 꿈이 가득한 곳언제나 사랑을 주려고만 하시는 부모님한 둥지 사랑으로 함께하는 형제자매학교 마당, 마을 어귀, 골목길, 냇물가, 동산 어디든함께 뛰놀던 친구들이모두 다 보고 싶습니다 점점 나이 들어가시며 주름살이많아지신 어머님, 아버님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추석 명절 고향길엔부모님께 드리고픈 마음의 선물 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엔우리 가족, 우리 친척, 우리 민족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원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가는 길엔추석에 뜨는 달만큼이나 환한가족들의 행복이 가득해져 옵니다 2013. 9. 19. 어머니의 추석 / 이효녕 어머니의 추석 / 이효녕 돌아가는 세월 앞에 높이 떠서웃음 내미는 한가위 둥근 보름달가을의 들판은 빈 들판이 아니라서 한가위 날까지 가득 채우는 동안귀향 열차의 흩날리는 기적소리 송편 빚던 어머니 손길 멈추시고자식 기다림을 더하신다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깊이 팬 주름 진 얼굴로며칠 동안 들판에 나가셔서 동부 알갱이 햇볕에 고루 말려푹 고아 떡고물 만드시고 고향 뒷동산 밤나무에서 아람 밤 주워 송편 속을 만들어 솔향기 가득한 송편 쪄내시며 자식을 기다리시는 어머니마음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씨로둥그런 보름달 만드시는가 어쩔 수 없이 흘러간 세월외로운 삶의 변방에서 자식들 돌아와 고향의 마루에 걸터앉아넉넉한 마음으로 보름달 바라보며 어머니 가슴속에 진하게 밀려오는지난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면 어머니 사랑은 탐스럽.. 2013. 9. 19.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할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 2013. 9. 18.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 김경훈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 김경훈 아직은 꽃이고 싶다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달밤이면 한 권의 시집을 들고달빛 아래 녹아드는 촉촉한 그리움에 젖고가끔은 잊혀진 사랑을 기억해내는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내 이름을 불러다오사랑스런 그대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낙엽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멋진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꽃잎같은 입술이 달싹이면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사랑하고 싶은 여인.. 2013. 9. 18.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중에서 2013. 9. 17.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