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아름다운이야기832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2013. 9. 17.
고등어 부인의 윙크 / 김민정 고등어 부인의 윙크 / 김민정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밤의 푸른 냉장고는 고장이 났고 나는 거기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어둠으로 불 밝히는 캄캄한 대낮, 갈퀴 달린 내 손톱은 빙산처럼 희게 빛나는 검은 저 삼각주를 박박 긁어대는데 내 음부에서 철철 피 흘렀다. 달콤 쌉싸래한 시럽, 붉은 고 촛농에 젖어 살빛 카스텔라는 곰팡 난 매트리스로 푹 번져가는데 그 위로 삐걱, 삐걱 소리를 내며 꿈틀, 꿈틀거리는 이봐요 고등어 부인 씨......그녀는 한창 자위중이었다. 대지의 손을 빌려 뜨거운 혀와 같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속속곳 속곳 속에 물살을 일으키는 그녀, 출렁출렁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를 이불처럼 덮어쓰고도 푸들푸들 살 떨어대는 그녀, 그녀가 내게 윙크하는데 새까만 그녀의 눈동자가 데.. 2013. 9. 16.
멍, 멍, 멍 / 정익진 멍, 멍, 멍 / 정익진 멍, 멍, 멍 바람 든 내머리 돌 속의 그림자를 보고 앞발로 툭, 건드려본다. 텅 빈 버스의 천장에서 흔들리는 손잡이. 공휴일, 입술 꽉다문 상가의 셔텨 멍, 멍, 멍 퍽, 탁자 위에서 떨어지는 전화번호부 그 두터운 갈피 속에서 개미떼처럼 쏟아져나오는 까만 이름들, 팔딱거리는 이빨들, 말의 핵분열로 부글거리는 목구멍들을 꿰매고 싶다. 멍, 멍, 멍, 전자수첩 열면, 벌떼처럼 코를 쏘는 1억, 30억, 50억… 의 숫자들의 바늘. 그리고 별들의 침묵은 반짝이지 않는 것이다. 밖을 보아도 밖이 보이지 않고, 안을 보아도 안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불필요한 메모들. 멍, 멍, 멍 전화벨이 울린다. 쩌르릉, 쩌르릉, 쩌르릉, 淫毛가 일어선다.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말이 없고) 싱.. 2013. 9. 16.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 2013. 9. 15.
포기하지 말라 / 손인춘 포기하지 말라 / 손인춘 "99가지는 다 해도 1가지만은 하지 말라. 그것은 포기하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결국에는 실패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고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나는 이렇게 인내하는 방법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처음 한방 비누를 6개월 동안 단 한 장도 팔지 못했을 때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든 코에 넣은 생콩이 익도록 노력하라." 이게 무슨 말인가? 어떻게 코에 넣은 생콩이 익을 수 있겠는가? 이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코에서 뜨거운 콧바람이 나오는 경우를 빗대어 한 말이다.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생콩이 익을 만큼 열심히 일하라는 얘기다. - 손인춘 「세상을 뒤엎는 리더.. 2013. 9. 15.
지금은 접속 불가 / 김수현 지금은 접속 불가 / 김수현 누군가의 전화벨 소리 모르스 부호같이 들려오는 똑딱똑딱 낯익은 암호 의미없이 속삭이는 그대의 잔상(殘像)들이 한 컷 필름에 입력 갑자기 몰려오는 현기증 뚜뚜 소리 나는 내 심장 암호 불가(不可) 그대와 나의 현재 진행형 사랑은 잠시 에러입니다 우리의 사랑 바이러스 침투중... 습관처럼 의미없는 속삭임 그대와 나는 접속 不可(불가)입니다 의미있는 단어로 다시 연결해 주세요 2013. 9. 14.
연인이기 이전에 연인이기 이전에 가슴을 열어놓고 만날 수 있는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로 상처받지 않고 등 돌리지 않고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할 수 있는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동료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작은 꿈 하나씩을 가슴에 묻고그 꿈의 성취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좋은 동료 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홀로 설 수 있는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안에서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보다는그 사랑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서로의 영혼을 감싸 안을 줄 아는가슴이 따뜻한 우리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013. 9. 14.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 원태연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 원태연 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려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표정 모두를 떠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비오는 수요일에는 별추억이 없었는데도 장미 다발에 눈여겨지게 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 못 살게 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눈으로 보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 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 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 관계까지 눈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운이 좋다 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 .. 2013. 9. 13.
꽃의 흐느낌 / 김충규 꽃의 흐느낌 / 김충규 꽃의 흐느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밤,그 흐느낌은 화려한 향기를 며칠동안 내뿜은뒤에 오는 격렬한 후유증인 것 꽃은 지금 제 종말을 나에게 타전하고 있는 것내일 아침 눈뜨면 가장 먼저 죽은 꽃에게 문상을 가리라검은 하늘이 제 욱신거리는 통증 자리에달 파스를 발라놓고 뒤척이는 밤, 가늘게 흐느끼며 죽어가는 꽃을 위해내가 준비한 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겨이미 덤으로 살고 있는 내가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다만 꽃의 흐느낌이 내 몸에 고스란히떨림으로 다가와 잠 못 들고 있는 것일 뿐 ---꽃이 아름다운 건 매일 밤 죽고 다시 태어나기 때문인가요? 2013. 9. 13.
종이학 / 노향림 종이학 / 노향림 우리 아파트 바로 위층엔 신혼 부부가 세들어 삽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결혼식 다음날 떠난 신랑을 기다리는 그녀는 매일 종이학을 날립니다 한두 마리 날아 오르다가 수십 마리가 우리집 베란다에떨어져 죽습니다. 그중 몇 마리는 아직허공을 날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학을 무엇이 날려주는 지 모른채 나도 마주 손 흔들어 줍니다 어느덧 그녀의 하늘에서 나는 흔들립니다종이학이 날아올 때마다 덜컹대는 창문,새로 돋는 아이비 덩굴손도 흔들립니다 허물린 담장 위엔 이승의 보이지 않는 새파란 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캐한 하늘 속 홀로 있어도 그리움 깊으면 흔들린다는 사실이황홀해져 또 다시 흔들립니다 불현듯 그대에게 날려보낸 학 한마리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 천번접은 .. 2013. 9. 12.
누나의 배틀넷 아이디 누나의 배틀넷 아이디 우리 누나는 심장병이다. 달리는것은 물론,걷는것도 굉장히 힘들어한다. 2001년 12월 우리누나는 3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개월 밖에 이 세상에서 살수 없다는걸가족들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누나는 어렴풋이 눈치챈듯 하였고, 2001년 1월달 밤, "아빠 나 친구를 가져보고 싶어요" 그리하여 컴퓨터를 샀다 달리기는 커녕 밖으로 나갈수조차 없던 몸이기 때문에...누나는 인터넷이 유일한 즐거움이였다. 그렇게 누나는 인터넷에서 맨살 클럽 가입을 했지만.학교를 다닌건 옛날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ID를 알턱이 만무했고여전히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는 다시 컴퓨터를 멀리했고그래서 새 컴퓨터의 덕을 본건 나였다. 그당시 PC방에서 디아블로를 즐기고집에서는 디아블로 카페에서 놀았다, 누나는 디아.. 2013. 9. 12.
방 남자와 옆방 여자 옆방 남자와 옆방 여자 그 여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갔던 길보다 멀다. 피곤한 다리를 애써 재촉하며 집으로 돌아와 무거운 몸을 침대에 뉘었다. 잠시, 늘상하는 걱정과 하루의 상념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남자 한잠을 자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려는데 옆 방 여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뭐하는 여잘까? 문득 궁금해진다. 매일 같은 궁금증이다. 그 여자가 이 집에 온 후로 아직까지 얼굴 한번 못 봤다. 그남자 오늘도 별로 못 벌었다. 며칠째 계속이다. 그놈에 I.M.F 이후로는 새벽 인력시장에 인간들만 북적대고 일거리를 주는 사람들은 거의 반이 넘게 줄었다. 오늘은 겨우 만 오천원을 받고 도배사 보조로 하루 왠 종일 풀칠만 했다. 시바앙 옛날 일했던 공장에서는 한달에 85만원.. 2013. 9. 11.
껌을 파는 할머니... 껌을 파는 할머니... 30 대 초반의 남자입니다.엊그제의 일이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있던 퇴근무렵, 친구녀석과의 저녁약속이 생겼죠.. 우리는 술먹기 전, 우선 허기진 배를 먼저 달래보자 합의를 보고선, 뭘 먹을까 고민 하다가,근처에 보이는 작은 순대국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 아줌마 순대국 둘이요~" 을 외치고 밥이 나오는 동안 우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한참 웃고 떠들어대고 있을때 였습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종소리와 함께 어떤 할머니가 한손에 지팡이 다른 한손엔 껌 몇통을 들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누가 봐도 껌 팔러 오신 할머니임을 알수있을 거지요. 들어오신 할머니는 두리번 거리시더니 어떤 테이블을 거치신 후 역시나 우리들 자리를 향해 한발두발 옮기 시더라구요. 물론 저역시 할머니.. 2013. 9. 11.
어느 컴퓨터 고치는 아저씨 이야기 어느 컴퓨터 고치는 아저씨 이야기 얼마전에 저녁때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아는사람 소개 받고 전화드렸는데요....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 여기 칠곡이라고....지방인데요.......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중략)...... 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목소리 입니다. 82쿡의 어느분이 소개 시켜 주신것 같았습니다. 82쿡을 모르시더라구요.... 당장은 중고가 없었고 열흘이 좀 안되서 쓸만한게 생겼습니다. 전화드려서 22만원 이라고 했습니다. 주소 받아 적고 3일 후에 들고 찾아 갔습니다. 거의 다 온것 같은데 어딘지 몰라서.. 2013. 9. 10.
사진한장 사진한장 잭 캘리라는 한 신문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하다가 겪은 체험담이 있습니다.기자 일행이 수도 모가디슈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기근이 극심한 때였습니다. 기자가 한 마을에 들어갔을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그 기자는 한 작은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불룩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으며, 피부는 한 백살이나 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일행 중의 한 사진기자가 과일 하나 갖고 있어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허약해서 그것을 들고 있을 힘이 없었습니다. 기자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걸어 갔습니다. 기자 일행이 소년의.. 2013.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