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멍, 멍 / 정익진
멍, 멍, 멍 / 정익진 멍, 멍, 멍 바람 든 내머리 돌 속의 그림자를 보고 앞발로 툭, 건드려본다. 텅 빈 버스의 천장에서 흔들리는 손잡이. 공휴일, 입술 꽉다문 상가의 셔텨 멍, 멍, 멍 퍽, 탁자 위에서 떨어지는 전화번호부 그 두터운 갈피 속에서 개미떼처럼 쏟아져나오는 까만 이름들, 팔딱거리는 이빨들, 말의 핵분열로 부글거리는 목구멍들을 꿰매고 싶다. 멍, 멍, 멍, 전자수첩 열면, 벌떼처럼 코를 쏘는 1억, 30억, 50억… 의 숫자들의 바늘. 그리고 별들의 침묵은 반짝이지 않는 것이다. 밖을 보아도 밖이 보이지 않고, 안을 보아도 안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불필요한 메모들. 멍, 멍, 멍 전화벨이 울린다. 쩌르릉, 쩌르릉, 쩌르릉, 淫毛가 일어선다.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말이 없고) 싱..
2013.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