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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빠를 키운다 / 손병걸

by 존글지기 201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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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빠를 키운다 / 손병걸


아빠 식사하세요

밥때만 되면 

아이의 목소리 들린다. 


자식이라고는 단 하나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생일이 빨라서 3학년이지 

이제 아홉 살짜리다. 


밥상에 앉으면 

이건 김치, 빨개요 

요건 된장찌개, 뜨거워요 

두 눈이 안 보이는 아빠를 위해 

제 입에 밥알이 어찌 되든지 말든지 

오른쪽에 뭐 왼쪽에 뭐 

아이의 입은 바쁘다.


요란한 밥상이 물러나면 

커피는 두 스푼 

설탕은 한 스푼 반 

크림은 우유가 좋다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게 

깡충깡충 커피를 가져다준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아빠를 키운다.


- 손병걸「아이가 아빠를 키운다」중에서 -



아무리 벅찬 걸음이라도

경쾌해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 또다른 작은 발이 더해진다면.


- 어떨 때 보면 아이들이 부모를 키웁니다. -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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