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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연10

일기 / 원태연 일기 / 원태연 자다가도 일어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핏 눈이 떠졌을 때 생각이 나 부시시 눈 비비며 전화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터무니없는 투정으로 잠을 깨워놔도 목소리 가다듬고 다시 나를 재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워낙에 욕심이 많은 것일까 생각도 들지만 그런 욕심마저 채워주려 노력사는 사람이 생겨준다면 그 사람이 채워주기 전에 욕심 따위 다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양치를 하다가도 차가 막힐 때도 커피를 사러 가다가도 생각이 나는 사람 그런 사람 있다면 그런 사람이 나를 원해 준다면 2013. 6. 22.
이 유 / 원태연 이 유 / 원태연 이별한 순간부터 눈물이 많아지는 사람은 못다한 사랑의 안타까움 때문이요 말이 많아지는 사람은 그만큼의 남은 미련 때문이요 많은 친구를 만나려 하는 사람은 정 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요 혼자만 있으려 하고 가슴이 아픈지조차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밤이면 슬퍼지는 이유는 그대 밤이면 날 그리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나 술 마시면 미어지는 이유는 그대 술 마시다 흘리고 있을 눈물이 아파보여서이고 나 음악을 들으면 눈물 나는 이유는 그대 음악 속의 주인공으로 날 만들어 듣기 때문이고 나 이런 모든 생각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떨쳐버리고 나면 무너질 나를 위해서 입니다. 2013. 6. 16.
이별역 / 원태연 이별역 / 원태연 이번 정차할 역은이별 이별역입니다내리실 분은잊으신 미련이 없는지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내리십시오계속해서사랑역으로 가실 분도이번 역에서기다림행 열차로 갈아타십시오추억행 열차는손님들의 편의를 위해당분간 운행하지 않습니다 2013. 6. 16.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요 / 원태연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요 / 원태연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 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날 보고 당황하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 내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는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 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에 타게 하시어 스쳐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 주십시요. 2013. 6. 11.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원태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원태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 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인답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 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 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 2013. 5. 14.
사랑의 전설 / 원태연 사랑의 전설 / 원태연 얼음나라 공주님과 불의 나라 왕자님은 더 이상 이대로 바라만 보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 끝에 단 한번 서로를 만져볼 수 있는 것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신하고자 약속했습니다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겠어요." 한 걸음씩 서로의 손끝이 가까워질수록 얼음나라 공주님은 온몸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고 다가가고 있는 왕자님의 몸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서요 망설이지 마시고...어서요." 공주님의 아픈 눈물에 왕자님이 멈칫 망설이고 있던 시간에 이미 공주님은 여전히 눈물되어 흐르고 있는 작은 손끝만을 남긴 채 나머지 몸은 눈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대여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몸으로 태어나 영원히 안아주겠소 약속하오." 녹아 흐르는 작은 손끝을 잡아보려 공주님의 눈물 속으로.. 2013. 5. 12.
만들어 보기 / 원태연 만들어 보기 / 원태연 아주 조금씩만 마음을 모아서 비 온 뒤 무지개가 뜨면 이슬처럼 맑은 물에 사랑배를 띄워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리라 사랑배가 도착하기 전에 그가 돌아서면 사랑새를 길들여 절실한 마음으로 날려보내리라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 그 마음이 알려지지 않으면 쓸쓸한 마음 이별학을 고이 접어 그와 함께 했던 시간 속으로 보내주리라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이 기도하는 마음만으로...... 2012. 10. 11.
둘이 될 수 없어 / 원태연 둘이 될 수 없어 / 원태연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일 텐데 너를 뺀 나는 하나일 수 없고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어야 하는데 너를 더한 나는 둘이 될 순 없잖아 언제나 하나여야 하는데 너를 보낸 후 내 자리를 찾지 못해 내 존재를 의식 못해 시리게 느껴지던 한마디 되새기면 그대로 하나일 수 없어 시간을 돌려달라 기도하고 있어 둘에서 하날 빼면 하나일 순 있어도 너를 뺀 나는 하나일 수 없는 거야 2012. 10. 10.
경험담 / 원태연 경험담 / 원태연 집 앞까지 바래다 달라 해도 싫다 하고 바래다 준다 해도 싫다 하세요 매일 매일 바래다 주면 서로가 버릇돼 이별 후 다시 만남을 갖는다 해도 그 만남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집 앞에서 안녕할 때 문득 떠오를 테니까요 전에 바래다 주었던 그 행복한 눈이 슬픈 눈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서글픈 밤 그림자로 기억될 테니까요 2012. 9. 13.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해주겠구나 생각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 그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히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 2011.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