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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3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2013. 5. 22.
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 2013. 5. 14.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 2012.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