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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슬픈날의 편지 / 이해인

by 존글지기 201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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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날의 편지 /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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