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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그대 가는 길 / 도종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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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는 길 / 도종환

 

잠시 고여 있다 가게

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갔어도

저무는 강 풀잎처럼 흔들라다 갔어도

바람의 꺼플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

어디 한 곳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기울였다 가게

이 넓은 세상

뿌리내리진 못했어도

씨앗 하나 이 땅 위에

쓸쓸히 떨어지는 소리

한 번쯤 듣다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

스쳐가고만 우리들

아늑한 뜨락을 만들 순 없어도

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

아늑한 잠자리 하나 만들 순 없었어도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가게

버들 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끓어오르던 온몸의 피 바람에 삭이다

낮은 하늘에서도 살얼음 어느 소리 들리고

하늘 가는 먼길 중에 몸도 뜻도 둘 곳이 없어지면

빗방울로 한 번쯤 더 떨어지다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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