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1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문태준·시인 쟁기와 써레와 달구지를 끌던 소, 두꺼운 혀로 억센 풀을 감아 뜯던 소, 송아지를 낳아 대학 공부를 시켜주던 소, 추운 날 아버지가 덕석을 입혀주던 소, 등을 긁어주면 한없이 유순해지던 소, 코.. 2021. 6.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