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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2

서시 / 이시영 서시 /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문태준·시인 이시영(59) 시인을 떠올리면 그가 늘 쓰고 다녔던 검고 둥글고 큰 뿔테 안경과 그 너머의 빛나는 안광(眼光)이 생각난다. 깡마른 체구와 또각또각 한마디씩 끊어가며 내놓는 정직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1974년 문인들의 민주화운동 조직이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결성에 참여한 이후 엄혹의 시대와 맞서는 문인의 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연행되고 구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89년 《창작과비평》 주간으로 있을 때 황석영의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잡지에 게재했다는 .. 2021. 10. 6.
서시(序詩) / 윤동주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문태준·시인 너무나 아름다운 이 시를 통째로 암송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서정적이고 여성적인 말씨와 어렵지 않은 입말로 쓴 시. 무엇보다 이 시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천상의 별과 지상의 잎새에 걸쳐 있는 넓은 공간의식도 놀랍다. 삶은 잡목림 같은 것. 해서 번뇌와 의혹과 부정의 바람은 그치지 않고 불어와 잎새와 같은 우리를 교란시키는 것. 부끄러움은 하루 걸러 오는 것. 그러나 어둠을 배경으로 별은 빛나고, 바람과 같은 시련을 만날 때 큰 .. 2021.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