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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by 존글지기 201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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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위위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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