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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 류동하

by 존글지기 201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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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 류동하


사색하는 사랑- 

심각한 사랑- 

구름처럼 끄덕끄덕 흘러가는 사랑- 

바보가 돼주는 사랑- 

철인이 되어지는 사랑- 

어머니를 흉내낸 사랑- 

아버지 연습을 하는 사랑- 

긴장돼 터질듯 울고픈 사랑-


너로 하여, 너로 하여 

한없이 가이없이 번민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소설같은 사랑- 

시와 같은 사랑- 

아니, 이 사랑 이 마음을, 

소설이나 시로 쓸 

길고 짧은 사랑을 하고 싶다


송두리째 사랑하고 싶다 

마음의 밑자락 그 극단서 익사할 

위험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념을 죄다 분열시키는 사랑- 

내 형체가 바람에 흩어져도 

씨익, 웃고말 멋 사랑- 

남다른 사랑 갈망한 죄로 하여 

저주받고 멸망당할 

교만한 사랑을 하고 싶다


졸리운 바다- 

하이얀 손 흔드는 

등대지기 깜박 사랑-


나의 천국, 

너만을 가둬두는 

미안한 꼭꼭 사랑-


나의 느낌, 

전설로 흘러가는 

애틋한 절절 사랑-


아스라 성좌- 

목련의 유혹- 

정오의 태양- 

진주같은 긴 한숨- 

아, 싯가루같은 

너의 감탄사- 

내가 한결같은 그리움 되어질 

인간적인 찬란토록 인간적인 

조각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 혀가 끝없이 끝없이 말을 해도 

닳지 않을 질긴 사랑- 

네 귀를 채워도 채워도 못다할 

목마르게 소리치는 메아리 사랑- 

내내, 줄곧, 느을, 언제나 

다시 또 줄기차게, 노상 

사랑하고만 싶다 

끝내는, 마침내, 드디어! 

정열의 순교자 그 영광 불타오를 

폭발적인 사랑도 하고 싶다


산책하며 보란듯이 어깨에 손얹는 가을 사랑- 

질주하며 입맞추는 시속 백오십 쾌속 사랑- 

벌통같은 실타래 풀며풀며 너를 감쌀 의복 만드는 

따끈한 사랑, 사랑-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너를 아끼며 떠올릴 

전천후 사랑을 하고 싶다


그렇지, 천천히 노래하듯 가슴 적시는 

아다지오 칸타빌레 사랑은 당연하지 

지치도록, 미치도록, 넘치도록 

후련하게 사랑 하고 싶다


침묵하는 사랑- 

말로하는 사랑- 

움직이는 사랑- 

민들레처럼, 이슬처럼, 샛별처럼 

눈부시게 사랑 하고 싶다


더 없을까, 무엇일까, 어떻게 해줄까 

무덤까지 걱정않곤 안타까워 못견딜 

예민하고 섬세한 '나의 사랑'일랑 

흠뻑하고 싶다


아무렴, 포도주빛 고전적 사랑은 

반드시 마시고 또 취해야겠지 

아니야, 인류가 말해온 

수다스런 사랑은 몽땅 다 

하고 말테다


온 잉크로 온 백지를 다 쓸 때까지 

온 마음이 하나의 티끌이 될 때까지 

하늘가에 정신없이 소문나기까지 

인생의 짧음이 너무 섭섭하기까지 

사랑이 이 생명 마침표 되고마는 

기맥힌 낭만적 사랑을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이 모든 거짓부렁 

참말이었다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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