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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by 존글지기 201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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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 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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