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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by 존글지기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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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 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않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서...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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