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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어머니와 내시경

by 존글지기 201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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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내시경

 

 

얼마 전 일이다.

어머니가 위내시경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아버지도 없는데 혼자 간단다.

검사 당일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바빠서 전화만 하고 말았다.

 

"엄마, 검사받았어? 수면 내시경으로 했지?"

"아니, 그냥 일반 내시경으로 했어. 돈이 얼마냐, 그냥 받으면 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 몇 만원 때문에 그 힘든 내시경을 맨 정신으로 받았다니,,

 

그 후 시간이 지나 나도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갔다.

엄마가 검사를 받았던 병원으로..

그날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수면 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검사 당일,

민망하게도 엄마가 동행해 주었다.

내가 검사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엄마는 자기도 같이 들어가는 거라며 따라나섰다.

그럴 리가 있느냐고 했더니 엄마는 아니라고,

당연히 보호자가 같이 들어가야 된다고 하는데 입구에서 간호사가 제지했다.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나는 또 한 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보호자 없이 왔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이 마흔이 되어 가는 큰아들은 그렇게 친순 노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니었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에게 다음부터 다시는 병원에 혼자 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뿐이었다.

그 말을 건네는 나의 입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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