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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파아란 화면속의 소리없는 사랑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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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화면속의 소리없는 사랑이야기...

아마도.....

PC통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ON-LINE 상의 사랑을 꿈꿀지도 모른다.

데이트 비용이 들지 않고...

물론 그에 상응하는 전화요금이 나오긴 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수가 있고

얼굴이 보이지 않기때문에

로맨틱한 환상에 빠질수도 있다..

물론 그 환상이 지나칠 경우에는 무참히 깨어지기도

하지만.....

나도 물론 그런 생각을 가졌었고

ON-LINE상의 인연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지 못했을때 --- 비교적 오래전 --- 의 이야기이지만....

인위적으로 인연을 만들기 위하여

채팅실에서 죽치고 있던 적도 있었다.

로맨틱한 취향의 방제로 방을 만들고..

대기실에 있는 여자의 아이디를 억지로 초청을 하면

역효과가 난다는걸 터득한 노련함이 있었기에

누군가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물론 방제의 향기에 이끌려 들어온

여자 이름의 주인공이 대부분...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중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유도를 하면서

쓸쓸해 보이는 그런 어투와

가끔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야....

단.. 절대로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면 안된다.

얼굴도 모르는 모니터 저편의 여자에게

어느정도 강한 인상을 주고

기억에 남게하면 그것으로 1단계는 성공....

그리고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메일을 보내면 더욱 효과는 크지

특히.. 안시를 구사할수 있다면 메일에 안시를 이용하여

예쁘장하게 꾸며서 보내면 더욱더 효과가 크다.

그리곤 먼저번 만남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그 시간대에 똑같은 방을 만들고 있으면

그 아이디의 주인공은 다시 그 방으로 입장을 하고

오늘도 계시네요 하면서 먼저 관심을 보여주게 마련이지...

어느정도 노련함과 완숙함을 갖추게 되고

나의 그러한 흑심을 숨기면서...

즉 여자에게 그리 관심이 없다는것 처럼 보이면서

진지하고 정중한 분위기..

무엇인가 다른 사냥꾼들과의 차별화를 인식시키면..

그쪽에서 이젠 메일이 오게 마련이고

어느정도 친숙해지면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다시... 더욱더 친숙해지면 직접 OFF-LINE 의 만남으로 발전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테크닉을 다시 이용하고...

물론 나만의 노우하우가 담긴 비장의 테크닉들이지.

이제 하나를 잡았다 싶으면

다시 또 다른 사냥감을 물색하고......

그렇게 베테랑의 경지에 올랐을 때의 일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쓸쓸한 분위기의 방제로 방을 만들고

사냥감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데...

그날도 역시 누군가가 들어오고

이쁘장한 이름의 아이디....

여자가 와서 더욱더 반갑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를 쓰면서......

쓸쓸한 말투와 진지하고 정중한 분위기로 유도를 하고

지극히 상투적인 대화...

서로의 소개를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묻고....

상대의 관심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말빨을 세워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고...

자고로 말야..... 노련한 사냥꾼은 많은 지식이 있어야해

물론 전문적이거나 깊은 지식은 아니고

여러분야에 관한 기호와 약간의 조예정도...

문학,철학,음악,미술,스포츠,영화,인문사회....

이정도에 대한 어느정도의 상식은

필수불가결한 사냥꾼의 요소이지.

그녀에게도 역시 손길을 내밀어 이리저리 대화를 진행시키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무렵

그러니깐, 밤샘족의 채팅 마감시간 말야.

보통은 엄마가 일어날 시간,

아니면 식구들의 출근시간이겠지.

그녀에게 정중히 말했지.

"내일도 그시간에 뵐수 있을까요..

오늘의 대화가 너무도 즐거웠고

xx님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그러니깐 after신청이지 뭐....

그러니깐..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곤.... 난 다시 그녀의 관심사인

현대 미술과 디자인에 관하여 이리저리 문헌을 뒤져보았지.

학교에 가서도 수업은 빠지고 중앙도서관으로 가서

그쪽 분야에 대한 책을 몇권 대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밤의 만남을 대비하여 사전지식을 쌓고 있던거야.

그렇게....

몇일동안을 같은 시간에 만나고

그녀의 관심사인 미술과 디자인... 에 관한

급조된 나의 해박한 지식으로 그녀를 즐겁게 해주었지.

그런데.....

그녀는 말야..

음악이나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더라.

좋아하시는 음악이 뭐냐고 물어보아도....

음악은 안듣고 산다고..... 영화도 보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무언가 당황한듯

다른 주제로 재빨리 대화의 내용을 바꾸지.

좀더 시간이 지났고

나와 그녀는 무척이나 친해졌어.

매일밤 서로의 하이텔 사용여부를 확인하고

초청을 해서 밤새 이야기를 하고 말이지.

이게 다 나의 노련한 사냥솜씨 덕분 아니겠어.. 흐흐흐.

이젠.. 서서히 2단계로 넘어가야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았고

나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지.

그런데.... 전화번호를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아.

집이 엄해서...

전화는 절대로 안된다고 그렇게 얼버무리곤

그럼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도

그냥.. 나중에 걸겠다고 하곤

한번도 전화는 걸지 않더라....

어.. 나의 노련한 솜씨가 통하지 않을때도 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어.

전화땜에 서로 실강이 한 다음부터는

그녀는 나에게 더욱더 잘해주었거든.

매일 몇통의 메일을 보내어주고.

채팅을 해도 나를 즐겁게 해주려 애쓰는 흔적이 보이고..

이젠.. 내가 그녀를 위하여 말할 필요가 없었어.

그녀가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런 분위기 였거든.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를 확인하는데 실패하자

난... 그냥 다음단계를 실행하고자 했지.

직접 만나자고......

어떤사람인지 무척 궁금하다고

직접 만나보자고 했어.

그런데....

그것조차 안된다고 하더라.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직접 만나는건 안된다고....

대신 편지를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사진도 같이 보내주겠다고 말야.....

그럼 내가 어떤사람인지 궁금하지 않냐고 하니깐

자기는...

외모는 그리 중요시 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냥 자신의 상상속에 남아있는 나로 만족하겠대.

몇일후....

편지가 왔어.

무척이나 예쁜 글씨체

정성이 담긴 흔적이 보이는 편지 내용

그리고 동봉된 사진.....

우와..... 내가 사냥감을 잘 찍었구나 싶었지.

이건 뭐.... 모델이나 어지간한 탈렌트는 비교도 안될만큼

눈부신 미모.....

혹시.....

자기가 외모가 딸리니깐 직접 만나지 않으려 하고

다른사람의 사진을 넣어보낸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

어쨌든...

난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것 같았어.

이젠 매일 오는 ON-LINE 상의 메일뿐 아니라

편지도 종종 왔어.

물론 진지한 내용의 나에대한 호감을 가득 담은

애정어린 편지였지.

난.... 고백을 했어.. 드디어.

"사랑" 한다고 말야.

물론 진실처럼 보이도록 무척이나 진지하게

말했지....

ON-LINE 상이지만, 채팅에서 하는 말 였지만...

그래도 나의 모든 정성을 담아서

내가 부릴수 있는 모든 말빨의 기교를 동원하여

간절하고 절실하게 말했지.

어쩌면....

진심으로 그랬는지도 몰라.

나의 사냥꾼 기질에서 나온 표면적인 사랑이 아니라

진심 이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그녀는... 그날은 대답이 없었어.

나중에 편지를 주겠다고 하더라.

그리곤 한 몇일동안은

그녀를 하이텔에서 찾아볼수 없었어.

몇일후에 도착한 편지.........

무척이나 두툼했어.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얼룩진 자국....

그 편지를 쓰면서 무척이나 울었나봐.

속이 뜨끔 하더라고... 그렇게까지 갈등을 했나 싶었고

찔리더라....

편지의 내용은......

자기는 지금 몸이 아픈데가 있어서

나를 받아들일수가 없다는거야.

물론 자기도 날 많이 좋아하고 나와 언제까지나 있고 싶지만

그게 나에게 아픔을 주는것이라 생각되어서

그냥.... 지금의 관계만으로 자기는 만족하고 싶대.

그리곤 다시 몇일이 지났어.

접속을 해보니 그녀는 사용중이었고

그녀를 불러서 다시 이야기를 했어.

그리곤......

그녀에게 몸이 아픈데가 있어도 좋으니깐

한번 만나보자고 했어.

그녀는....

아마도 무척 실망하게 될것이라고...

그 만남 이후에 자신을 멀리하지 않겠다는 그런 약속을 한다면

만나주겠다고 말했지.

그렇다고 그때 보낸 사진이 가짜는 아니니깐

그점은 걱정말라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었어.

천사의 날개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무척이나 눈부신 미소..... 깨끗한 인상의 그녀...

사진보다 더욱 아름다운 실물.....

약속장소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지

그녀도 가벼운 목례와 미소로 답했어.

그리곤 뭐라 이야기를 꺼내야 할텐데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질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어.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

나를 본 인상이 어떠냐고.

그래도 그녀는 반응이 없었어..

한참뒤...

내가 말하는것을 유심히 쳐다본 후에야

종이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더라.

"미안해요.....

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요...

당신의 입술모양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수 있겠어요.

내가 채팅에 그토록 매달린 것도

전화하지 말라 한것도.....

음악을 전혀 모르는것도......

직접 만나는것을 기피한것도 다 이것 때문였어요....."

아......

그녀는.... 농아였어.

신은.... 그녀에게 그렇게 아름다운 외모와

그토록 착하고 순수한 심성을 부여한 대신

그녀에게서 소리를 빼앗아 간거야.

그리곤.... 그녀는 다시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내 손에 쥐어주고는 밖으로 뛰어나갔어.

"사랑해요........

하지만..... 이런 내 자신은 당신에게 부담이 되는걸...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걸......."

쪽지에 떨어진 눈물이 어느새 글자를 번지게 하고 있었고

그녀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 있었어.

그래....

난 그런 그녀의 순수를 농락한

무척이나 파렴치하고 더러운 자식이었어.

그녀를 따라 나가서 붙잡을

그런 자격조차 없는..... 그런 나쁜 녀석이야....

그제서야....

조금 철이 들게 된것 같았지

그리곤 힘없이 집으로 돌아와서

몇날 몇일을 기운없이 누워만 있었어..

그녀도 자신의 방안에서 계속 울고 있겠지.

아마도 지금 접속을 하면 그녀에게서 온 메일이 있을거야.

하지만... 난 그녀를 받아들일 자격이 없어.

그녀는..... 진심으로 날 사랑한거 였다고.....

그렇게 이런저런 갈등속에 몇일을 보냈는지 몰라.

난 결심했어.

일이 어떻게 되던간에....

그녀에게 찾아가 보기로 말야...

그녀에게 온 편지에 있는 주소로 찾아갔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서....

그리곤 벨을 눌렀어..

한참후...

무척이나 헬쓱해진 그녀가 나왔고 나를 보더니 무척 놀라더라.

그녀에게 내가 가져온것을 불쑥 내밀었어.

그렇더니 무척 놀라더라.

장미 한다발....

그리고 그 사이에 꽂혀있는 종이쪽지.

"당신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신청합니다."

라고 써있는 쪽지...

그러자...

눈물로 가득한

그녀의 너무도 맑은 눈망울이 보였고

울음을 터트리며 나를 끌어안는....

감사와 사랑으로 가득한 그녀의 미소는

가을하늘의 햇살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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