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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

행복 / 유치환

by 존글지기 201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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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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